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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하나는 꼭 들어준다는 팔공산 갓바위 부처

종교를 막론하고 누구나 삶이 고된 순간에는 손을 모아 기도하곤 한다. 하루아침에 나아지리라는 허망한 욕심이 아니라, 일종의 용기를 얻는 방식이다. 간절히 생각하고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일, 즉 소원을 품고 사는 이들이 기도에 마음을 담는다. 알고 보면 기도할 줄 아는 사람은 강인하다. 자신의 내면과 대화할 줄 알기 때문이다. 원하는 바를 위해 노력하고 희망하는 것은 의식주와는 또 다른 삶에 필수요소인 만큼, 오늘은 어제의, 내일은 오늘의 소망이어야 옳은 것. 사람들은 설렘과 긴장을 동시에 안고 스스로 용기를 얻으러 가는 길, 기도 명당, 팔공산 갓바위를 찾아가 보자.

					
				
  • 팔공산 갓바위는 수능, 취업, 승진 등 갖가지 소원을 가진 기도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경산 팔공산 갓바위 “소원을 말해봐”

경산에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불상이 있다. 경산 팔공산 갓바위가 바로 그것이다. 갓바위는 지형이 험한 팔공산 관봉에 끊임없이 이어진 암벽을 배경으로 조성된 관봉석조여래좌상을 말한다. 관봉을 ‘갓바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것은 이 불상의 머리에 마치 갓을 쓴 듯한 넓적한 돌이 올라가 있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통일신라시대 불상으로 해발 850m의 험준한 팔공산 관봉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벽을 배경으로 조성돼 있다. 실제로 본 갓바위는 민머리 위 상투 모양의 머리가 뚜렷해 보였다. 얼굴은 둥글고 풍만해 탄력이 있어 보였으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 자비롭다기보다는 근엄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귀는 어깨까지 길게 내려왔으며, 굵고 짧은 목에는 삼도가 3줄의 주름으로 표시돼 있었다. 

어깨는 넓고 반듯해 당당하고 건장함이 느껴졌다. 가슴도 평판해 전체의 모습이 다소 묵직해 보였다. 투박해 보이는 두 손은 무릎 위에 올려있었는데, 특히 오른손 끝이 땅을 향한 항마촉지인과 유사해 석굴암의 본존불을 연상케 했다. 불상이 앉아 있는 대좌는 4각형이었는데 앞면과 옆면으로 옷자락이 덮고 있었다. 불상의 뒷면에 둘러져 있는 암벽이 성스러움을 드러내기 위한 광배의 역할을 하고 있었으나 뒷면의 바위하고는 떨어져 따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특이했다. 또한, 묵직하지만 근엄한 표정, 평판한 신체는 탄력성이 배제돼 8세기의 불상과는 구별되는 9세기 불상의 특징을 보여주는 듯했다.

팔공산 갓바위에 관련된 설화는 제법 많다. 신라시대 의현스님이 돌아가신 어머니의 넋을 기리기 위해 팔공산에 불상을 조각했는데 밤이면 학들이 날아와 추위를 지켜주고 하루 세 끼 식사도 해결해 줬다고 한다. 와촌에서는 가뭄이 들 때 팔공산 관봉에 불을 질러 새까맣게 태우면 용이 놀라 부처를 씻기기 위해서 비를 내린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왼손에 든 작은 약합(약을 담는 그릇) 때문에 병을 낫게 한다는 설도 있다.

이러한 상징과 속설을 비롯해 실제로 바람의 영향도 많이 받지 않고 음기가 강하다는 점까지 갓바위는 기도 명당이 될 만하다. 음기와 치유의 속설 따위 쉽게 믿지 않는 사람도 이곳을 찾아오게 하는 것은 아마 ‘갓바위 부처는 소원 하나는 꼭 들어준다.’는 속설이 아닐까 한다. 소원은 누구나 간절한 것 아니겠는가.

좋은 기운을 가지고 있다는 바위산 중에서도 정상에 있는 석조 불상, 게다가 명예를 상징하는 갓을 쓰고 있어 수능, 취업, 승진 등 갖가지 시험 합격기도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고 알려지면서 연중 기도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입시가 다가오면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이뤄준다는 부처로 알려진 갓바위. 신앙과 신념에 상관없이 간절함과 정성스런 마음의 힘으로 그곳에 두손 모아 기도하며 내려놓고 간 바람들이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경산 갓바위가 대구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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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이들이 대구라고 착각하지만 행정구역 기준으로 갓바위는 경산시에 속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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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산시에서 가을 중 개최하는 팔공산 갓바위 축제

갓바위 주변 탐색을 위해 조사를 시작했을 때 일이다. 팔공산 갓바위를 검색하자마자 혼란에 빠졌다. 갓바위는 분명 경산시에 있다고 들었는데 대구 갓바위라는 결과가 무수히 쏟아져 나왔기 때문. 혹시 갓바위가 또 있었던 건가 싶어 알아보니, 다섯 개의 시, 군에 걸쳐있는 팔공산의 특성상 팔공산을 대구 팔공산, 군위 팔공산 등 각 지역에 속하듯 부르는 것이 일반화된 것이다. 갓바위 역시 대구에서 출발하는 코스로 올라간 사람은 대구 갓바위라 기억할 가능성이 충분했다. , [트래블투데이]는 행정구역상으로 표기된 명확한 위치를 바탕으로 보도하는 원칙상 경산시 갓바위라 말한다(경상북도 경산시 와촌면 갓바위로 699). 그렇게 갓바위 해프닝은 일단락될 수 있었다.

어느 곳에서 오르든 갓바위 부처 앞에 서면, 모든 지역이 한눈에 보인다. 아무렴 어떤가, 대구든 경산이든 꼭 소원 하나는 들어준다는 갓바위에서 드린 기도임에는 틀림없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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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들어주는 경산 팔공산 갓바위!
경산 갓바위에서 모두 소원을 말해보자~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09월 16 일자